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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산에 뜨는 별' 만든 네팔 차멜리야 수력발전소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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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투데이 2019.09.06밝히는 K-에너지-④]한국수력원자력, 네팔에서 에너지한류 이끌어…추가사업 추진·중소기업 동반성장 '일석이조'>


[글로벌 밝히는 K-에너지-④]한국수력원자력, 네팔에서 에너지한류 이끌어…추가사업 추진·중소기업 동반성장 '일석이조'

[편집자주]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이 시작된지 3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기술확보 미흡과 투자비용 문제로 큰 결실을 보지는 못했으나 친환경·지속가능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 증가와 정부 지원 확대에 힘입어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한국 경제 미래를 책임질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자 한다. 단순 국내보급을 넘어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막강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K-에너지'는 태양광부터 풍력, 수력까지 풍부한 해외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전 세계 곳곳을 밝히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K-에너지 발전 현장을 직접 찾아 세계 속 우리 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치를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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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차멜리야강 상류에 위치한 댐 전경/사진=안재용 기자


네팔 서북부 다출라 지역에는 산에도 별이 뜬다. 밤이 되면 히말라야 산맥 곳곳에 흩어진 민가들은 일제히 전깃불을 켠다. 해발고도 2000~3000m를 넘나드는 높은 산에 켜진 전등은 하늘에 펼쳐진 은하수처럼 보였다.

깊은 산 속 별의 향연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637달러(2017년 기준)로 세계 179위(세계은행) 수준인 가난한 나라에서 산간 오지까지 전기를 공급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따금 태양광 전등 몇 개가 갸냘픈 빛을 내뿜을 뿐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네팔 다출라 지역에 30MW(메가와트) 규모 차멜리아 수력발전소를 지은 뒤부터는 달라졌다. 거리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TV를 보는 사람들도 늘게 됐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8일 차멜리야 수력발전사업 현장을 찾았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멜리야 수력발전소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인도국경 인근 당가디에 도착했다. 당가디에서 차멜리아 현장까지 거리는 약 260km. 차로 30여분 남짓 달려 평야지대를 벗어나자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맥이 펼쳐졌다. 능선을 타고 꼬불꼬불 건설된 산길은 시속 60km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도로는 좁고 그마저도 곳곳이 유실되거나 무너져 있었다. 9시간을 달리자 하늘색 지붕의 수력발전소 건물이 보였다.
네팔 다출라 지역에 건설된 차멜리야 수력발전소. 댐과의 낙차를 이용하기 위해 지표면에서 약 50m를 낮춰 건설됐다./사진=안재용 기자
네팔 다출라 지역에 건설된 차멜리야 수력발전소. 댐과의 낙차를 이용하기 위해 지표면에서 약 50m를 낮춰 건설됐다./사진=안재용 기자

발전소는 땅을 약 50m 파낸 곳에 만들어졌다. 발전소를 낮은 곳에 만든 것은 차멜리야강 상류에 위치한 댐과의 낙차를 100m 이상 벌려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발전소 안에서는 두 개의 터빈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각 터빈은 약 428rpm(분당 회전수)로 돌며 최대 15MW 전기를 만든다.

차멜리야 발전소는 총 30MW의 전력을 반경 130km 지역에 공급한다. 네팔 전체 전기 생산량 976MW 중 3% 수준이다. 수력이 풍부한 우기(몬순) 때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에 남는 전기를 수출하기도 한다. 돈을 받고 파는 것은 아니고, 건기 또는 겨울에 전기 발전이 어려워지면 인도에서 되돌려받는 구조다.

한수원은 발전소 뿐 아니라 130km에 달하는 송전로도 건설했다. 발을 헛디디면 수백미터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사 곳곳에 송전탑을 세웠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전깃줄을 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어 당나귀로 건설자재를 옮겼다고 한다.

네팔 차멜리야 발전소 내부 시설/사진=안재용 기자
네팔 차멜리야 발전소 내부 시설/사진=안재용 기자
터빈이 있는 발전소에서 댐까지도 약 30~40분을 차로 달려야 한다. 댐까지 가는 비포장 도로는 열악했다. 비포장 도로 곳곳에 큰 돌이 돌출돼 있었다. 몬순기간 동안 내린 비로 땅은 질었다. 현장에서 근무한 박시훈 한수원 차장은 "도로 사정이 안 좋아 건설자재를 실어 옮기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말했다.

차멜리야강 상류에 위치한 길이 88m의 댐은 생태친화적 방식으로 건설됐다. 물을 완전히 가두고 발전시에만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수위를 유지하며 일부를 흘려보낸다. 중하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댐 한켠에 건설된 지름 5m 취수구를 통해 발전소로 물을 보낸다. 산 밑으로 건설된 도수터널(물을 운송하는 터널) 길이만 해도 4067m에 달한다.

차밀리야 발전소가 생기고 나서 현지인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밤이 밝아지고 TV를 볼 수 있게 됐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다. 마침 기자가 방문했을 때 현지 여성들의 축제가 진행 중이었다. 축제는 낮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싱 네팔전력청 현장소장은 "차멜리야 발전소 건설 이전에는 소수력 몇개 외에는 전기가 전혀 없었다"며 "전기가 들어오니 삶의 질이 높아지고 다른 산업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돼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네팔 차멜리야 수력발전소에서 댐까지 가는 길/사진=안재용 기자
네팔 차멜리야 수력발전소에서 댐까지 가는 길/사진=안재용 기자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차멜리야 발전소 건설이 시작됐을 무렵에는 제대로 된 도로가 네팔 서북부 지역에 연결돼 있지 않았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도로가 건설됐고, 현지인들이 이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기회가 열렸다. 네팔 특산물로 유명한 동충하초는 다출라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새 길을 타고 판로가 열렸다. 해당 지역민들은 동충하초를 네팔 전역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도 성장 활로가 됐다. 송전설로 건설을 담당한 세안이엔씨는 네팔사업을 계기로 모잠비크와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으로 진출했다.

10년 동안 쌓은 경험은 에너지 한류의 밑바탕이 됐다. 한수원은 차멜리야 수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쌓은 신뢰로 네팔에서 추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네팔 정부와 전력청, 민간개발자 등과 사업시행을 논의하고 있다. 각각 2억달러 이상의 큰 사업으로 아직 초기단계지만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종합관리를 맡은 정병수 한수원 팀장은 "차멜리야 수력발전소는 에너지 한류의 시작으로 민간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마중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네팔수력 실적과 경험인력을 활용하여 조지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추가사업을 적극 개발중이다"라고 덧붙였다.